영어 감 잡기

4D 업종에 있으면서 그나마 다행이었는지 불행이었는지 남들이 직장에서 겪는다는 영어 스트레스는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Toeic 시험이 유행을 타던 초반에 입사하면서 나름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들고 있기도 했고, 그러면서 영어 듣기에 쬐끔 관심도 가지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4D업종인지라 다른데 눈돌릴 틈이 많지 않았고, 입사 초기에 토익 시험장에서 L/C 치르면서 꾸벅꾸벅 졸면서 시험을 친 이후로는 말 그대로 영어하고는 담을 쌓고 지냈었다.

그런데 이 영어라는게 나한테는 참 미지의 세계이기도 하고 저 하늘의 뜬 구름처럼 잡을 수 없는 영역인것 같다가도 언제가는 꼭 정복하고 싶은 그런 존재였는지 늘 가슴속 한켠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있었나보다.

프랜즈 같은 미드따위 보다가 어쩌다 한두마디 들리면 우쭐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가끔은 꿈속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꿈을 꾸는가 하면, 작년부터는 인터넷 서핑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라치면 가끔 영어권의 사이트로 들어가서 영어기사를 읽으면서 '그래 내가 말은 못해도 읽고 듣는 건 쫌 하는 것 같아'라며 착각에 빠져들어 살고있다.

그와중에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들고 다니게 되면서 플립보드와 포켓의 조합으로 영어를 접하는게 더욱 간편해지면서 꾸준히 영어의 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처음에는 흥미를 가지고 접근하려고 플립보드의 목록에 Man's health와 Woman's health 따위의 잡지를 올려두고 수시로 올라오는 기사들을 훓어보다가 '재미있을 것 같은' 기사가 있으면 포켓에 스크랩해두고 꾸준히 읽으려고 노력하면서 스스로를 자꾸 영어에 노출시켰다.

초반에는 주로 'Guarantee Her an Orgasm', 'Your Complete Guide to Her G-Spot' 같은 기사들을 보면서 과학적(^^;;) 지식도 늘리고 영어에도 친숙해 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가끔은 곰순양한테 타박과 의심의 눈초리(변태 아니냐는 --;)를 받기고 하고 때로는 칭찬(!)을 듣기도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기사로 올라오는 기사 중 'Make Your Abs Burn!', 'The Ultimate Lower-Body Workout Workout Program' 이런 기사들에 눈이 가면서 뱃살 좀 빼려고 운동도 시작했고, 얼마전에 만난 고교 동창 녀석한테 몸이 좋아진 것 같다는 소리까지 듣기도 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그저 장난 같은 수준이어서 어떤 때는 모르는 단어가 기사의 반이상 인것 같은 때도 있고, 어떤때는 바로 얼마전에 본 단어인데 또다시 사전 앱을 들추기도 하는 등 내 수준이 여전히 고만고만하고 그저 영어의 감이나마 놓지 않도록 간신히 붙잡고 있는 수준이다.

욕심 같아서는 영어 원서를 속독으로 독파해 버리는 그런 날이 언젠가는 내게도 찾아오기를 기대하지만 지금 투자하는 노력 수준으로는 그저 그야말로 안습일 뿐이고.

소원이 있다면 극장에서나 아니면 미드를 볼때나 자막없이 보는 것과 지금 내가 책을 읽는 정도의 속도와 이해도만큼의 영어원서를 읽는 능력이랄까?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 진다던데.. 난 정말 간절히 원하고 있는 건가?

(덧) 찾는이 아무도 없는 쓸쓸한 개인 블로그이지만, 또 그려러고 만든 블로그이긴 하지만 혹시 모를 독자를 위해 '재미있을 것 같은 기사'에는 링크를 걸어두는 나만의 센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