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때 부자아빠 열풍이 분적이 있다. 아니, 아직도 그 바람은 거세기만 한 것 같다. 나도 그런 바람에 마음만 빠져 들어서 받쳐주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나는 경제적으로도 받쳐주지 못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아이들을 학대하고 있었던건 아닌지 새삼 반성학 되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빠로서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한다는 명목으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제 막 초등학생인 큰아이와 유치원생인 작인 아이를 입시 지옥의 대열로 밀어 넣으려고 했던건 아닌지 반성해 본다.
강연자 중의 한 사람이 강연장에서 물었던 질문... 사실은 내 머릿 속에서도 항상 궁금해 하던 그 궁금증이 그냥 대소롭지 않게 지나갈 일이 아니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할 문제였던 것이다. 우리 어렸을 때는 동네 골목길에서 저녁 늦게까지 다들 모여서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게 다방구이건 짬뽕이건 술래잡기이건 돈까스이건 우리는 놀이에 빠져 있었고,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친구들이 하나씩 어머니들에게 불려 들어가게 되면 그날의 저물어 감을 아쉬워 하며 하루를 보내곤 했었다.
지금의 우리 아이들의 환경은 그때에 비하면 훨씬 삭막해 졌다. 자동차들이 점령해 버린 골목, 그나마 골목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아파트단지. 우리가 뛰 놀던 동네 골목길에 비하면 손바닥 만한 놀이터.. 그리고 그나마도 잠시의 한때를 제외하곤 언제나 텅비어 있는 장소.
아이들은 학교로 학원으로 내몰리거나 집안 구석의 컴퓨터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아이들을 이렇게 삭막한 현실로 몰아 부치고 있는데에 나도 한 몫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을 통해서 되돌아 보게 되었다. 난 만일 전공을 살렸다면 대학 도선관에 사서로 있으면서 여유로운 직장 생활과 부족하지는 않은 경제적 여유를 즐길 수도 있었을 텐데, 전공과는 관계도 없는 SI업계로 나와서 고생을 자초하고 있다. 맨날 야근에... 주말 근무에... 한때는 그나마 회사대 회사의 관계에서 '을'로서의 지위(?)를 누리며 내가 선택했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회사의 계약관계는 을에서 병으로 심지어는 그 아래 관계까지 내려가는 프로젝트도 생겼고, 그러면서 내가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자부심도 많은 상처를 받았다. 또한 프로젝트 진행과정 속에서 머릿 속에 든 것도 없는 것들이 그 회사가 갑이라는 이유로 "갑질"을 하는 것을 볼때 마다 한편으로는 부아가 치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이런 선택을 할때 이런 상황들에 대해 예견하고 끌어 줄 수 있는 아버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내 가슴에는 큰 멍에처럼 남아 있다. 아버지에 관한 내 끝었는 원망은 나중에 한번 이 폐쇄된 블로그에서 라도 털어버리는 게 좋겠다.
학생 때 좀더 공부를 해서 좋은 학교를 같더라면.. 하는 자책과
내가 전공을 선택할 때 좀 더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했었다는 원망과
전공을 버리고 다른 직업을 선택할 때 내가 가려는 길이 어떤 곳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발을 내밀었다는 자괴감
이런 것들이 내 가슴으로부터 나와서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억압을 휘두르는 원인이 된건 아닌지 조심스러워 졌다. 좀더 좋은 학습여건을 마련해 주고 싶고, 좀더 공부시키고 싶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아빠가 되고 싶다는 나만의 욕심만 생각했지 그 나이의 아이들이 누려야 하는 행복과 그러기위한 자연스러운 생활에 대해서는 미쳐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이 이 책을 만난 것이 아이들이 커나가는 과정 중의 시작에 불과한 시점이라 잘못된 것을 그나마 쉽게 바로 잡을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날 반성하고 내 욕심을 버리고 아이들의 행복한 순간 순간을 영위하도록 해주면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것... 이것을 목표로 잡고.. 그 방법은 찾기도 어렵고 실천하기도 어렵겠지만 한발 한발 나아가 보고자 한다.
책 속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
- 경제가 고도 성장을 할 때는 모르지만 성숙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삽질을 할 게 아니라 그 돈으로 사람을 재 교육하고 사회 속에서 인간의 역량을 개발하는 사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 죄수의 딜레마
- 욕망을 그때그때 실현하고 그것이 자기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발견해야 되는데 자아를 탐구하지 못한채로 유보된 상태로 가는 거죠
- 성적을 매개로 만나니까 선생님도 애를 성적으로만 보는 거죠. 학보모들이 성적 이외의 것에 관심을 가지면 교사가 아이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줄 수 있어요
- 이모 부대라고 말하지만 십 대 남자애들을 좋아하면서 이모 부대라고 이름 붙이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섹슈얼리티를 가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죠. 삼촌이고 국민 여동생이고 다 마찬가지에요
- 사랑의 이름으로 아이들을 학대하지 마세요. 모든 통제는 아이들에게 해롭습니다.
- 소와 양이 만나고 만나지 못한 차이 때문에 하나는 죽고 하나는 살잖아요
(이 고사의 의미를 이제서야 깨달았다.선왕의 관점이 아니라 소와 양의 관점에서 생각해야하는 거였구나)